당시 칠봉이에 빠져서 유연석이라는 배우에 급 호감을 가졌을 때, 그의 후속작이래서 기대하면서 사람들 반응도 좀 살피며 완결이 나기를 기다렸다. (작품에 감정소모가 좀 심한 편이어서 어지간히 꽂히는 거 아니면 대부분 완결나고 보는 스타일) 그래놓고 끝나고 나선 막상 손이 안가서 외장하드 깊숙이 모셔두었다가, 제주도 여행가기 일주일을 앞둔 지난 주에야 지금이다... 싶어 주말에 몰아봤다.
결론, 별로임
일단 제주도 배경으로 그림들이 이뿌긴 이뿌다. 근데, 초반부터 제주도 홍보 동영상에 쓸 법한 대사들이 너무 나와서 호감도가 많이 반감된다. 제주도와 서울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지하철이랑 비행기 시간 줄줄이 읊으며 설명하고 있는 백건우를 보고 있으면 없던 짜증도 막 샘솟음
'유연석', '제주도', '요리 드라마' 딱 요렇게 가지고 있는 사전지식만 가지고 보기 시작했는데 1회부터 멘붕. 몇 장면을 놓쳤나? 뭐지? 편집실수인가? 방송사고인가? 싶을 정도로 내용 전개가 엉망이어도 너무 엉망이어서 몇 번이나 다시 돌려보면서 체크했다. 이해가 안가서ㅠㅠ (강소라는 갑자기 뭘 어떻게 알고 찾아갔으며, 다짜고짜 백건우는 강소라를 끌고가서 이야기하는데 둘은 친구였단건지 썸이었단건지, 그 전에 서로 아는 사이긴 했다는 건지, 아님 한 쪽만 일방적으로 알던 사이라는건지. 애매하게 생일 같다고 너랑 나랑 쌍둥이라고 몰아붙이는 강소라나, 어라 그런가 긁적긁적 대는 백건우나ㅜㅜ 아오 환장 파티. 이건 뭐 설명이 이런식...)
흐지부지 걍 아닌가봐 엉엉... 이런식의 전개가 1회 내용이었는데, 드라마 보는 내내 쟤네 진짜 쌍둥이 남매면 어떡하지 근친인가. 근데 또 돌아가려는 강소라 붙잡고 유연석은 뭐라고 시부리는거야. 아니 너네 남매일 수도 있다며 왜 바로 작업질 시전이야... 존나 불편하고요
그래... 제주도 사전답사 가는 기분으로 보는거야. 맛집이랑 이쁜 곳 어딨는지만 보는거야...
...고 있는데 갑자기 그와 그의 삐지엠이 등장
이쯤에서 설마...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 미끼를 물고 검색해보는 순간 끝까지 보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거 같아서 일단 끝까지 봤다. 다 달리고 나서 그제서야 찾아봤더니 아니나다를까 홍자매 작품
진짜 오바 아니고 아침드라마 제작진이 만든 건 줄 알았다... 아니 아침드라마는 흥미진진하기라도 하지, 걍 구렸음. 특히 얄미운 여자 나올 때 (목지원 역) 삐지엠 자체가 너무 전투적이어서, 이건 진짜 빼박 아침드라마 팀이다 생각했었음
개인적으로 느끼는 홍자매 작품은, 초반작품들은 진짜 신선하고 톡톡 튀고 좋은데 최근 작들이 너무 안습ㅜㅜ 심지어 몇년전에 했던 태양의 후예는 우리 인쿡이 오빠야가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안 봐지더라. 거기다가 맨도롱 또똣을 이런식으로 끼얹다니... 믿고 안 볼 작가에 그대들을 임명합니다
분명히 매력적인 포인트를 잘 잡아서 인물 구성이나 시놉시스를 트렌디하게 잘 짜는 거 같은데, 뒤로 가면 갈수록 스토리 라인이 너무 엉망이고 회당 감정선이 엎치락 뒷치락 간극이 너무 심해서 나처럼 몰아서 보는 사람에겐 진짜 쥐약... 거기다 캐릭터가 고전문학도 아닌 것이 존나 1차원적. 걍 착하고 등신 캐릭터, 잘났지만 싸가지 없음 내여자에겐 따뜻하겠지 차도남 캐릭터 끝까지 쭈욱. 캐릭터의 성장이란 걸 1도 찾아 볼 수가 없음 ㅠㅠ
그리고 그 사이에 마음이 식어서 그런가ㅜㅜ 유연석 연기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일상어 진짜 어색하고요. 뜬금포 심쿵 대목은 마지막쯤 가서 침대에 앉아서 혼잣말로 "~~~하나?" 하는 장면인데ㅋㅋㅋ 거기서 끝에 "나?"가 살짝 부산 사투리처럼 들려서 괜히 거기서 심쿵했다는 ㅋㅋㅋㅋㅋ (사투리 성애자)
생각했던 것보다 예쁜 풍경도 안 나오고, 요리도 별로 안 땡기고 (무슨 강점으로 삼고자 쟤네를 배경으로 깔고 들어갔는지 그 의도를 도무지 모르겠다) 여러모로 좌절하고 있는 와중에 다른 대목에서 심쿵하게 만든... 황욱 김성오...♥
백희가 돌아왔다(ㅋㅋㅋㅋㅋ 조만간 소개예정) 보고 와 저 배우 장난아니다 멋지다 느꼈는데ㅠㅠ 나 완전 사랑에 빠졌잖아오. 보면 볼수록 못생겼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있잖아오... (오징어에게 빠지면 답도 없다더니ㅠㅠ) 할아버지, 형, 누나 이렇게 여러 역할 분장하고 나올 땐 진짜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ㅋ 완전 좋음
목소리도 날카롭고 무서운 이미지였는데, 와 그전에 진짜 모델하다 오신 분인가 싶을 정도로 키도 정말 크고, 옷걸이가 아까울 정도로 패션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말 역할에 완전히 녹아드는 느낌이어서 진짜 너무 좋았다.
근데 프로불편러인 내 입장에서는 황욱 캐릭터 자체가 좀 불편해서 마음에 안들긴 했다. 노총각 하나 장가보내겠다고 온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서 마을에 이사온 젊은 아가씨랑 엮어주려고 일 벌리는거 계속 보고 있자니... 아......
배우 자체로 보나, 캐릭터 행동으로 보나 아저씨 진짜 너무너무 멋있고 좋은 사람인거 같긴 했는데, 그냥 그 캐릭터의 기본 세팅 자체가 불편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남주 여주 사이에 없던 케미가 다 여기서 터지고요. 나도 모르게 그들 응원하고오. 너무 질질 끌어 김성오 아자씨 맘 아프게 해서 미안했는지 마지막에 급 다른 여자랑 엮어주고오...
그리고 이건 본격 가족드라마인가 혼돈이 올 정도로 해실 아줌마랑 이정재 아저씨 진짜 달달하더라 ㅋㅋ 집중해서 봤다. 중년의 사랑ㅋㅋ 진짜 감동적이었음ㅋㅋ
여튼, 그랬다고 합니다. 제주도 풍경과 맛집투어, 음식... 그리고 제주도에서의 달달한 남주여주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암전.
거기다가 영상 꼬다리에 제주 음식 레시피라고 짧막한 영상 나오는데, 첨에 몇 개는 그 회차에서 나왔던 음식 이야기랑 연관지어서 잘 진행되다가 갑자기 쌩뚱맞은 매운 떡볶이, 고사리 육개장 나오고요...
아 걍 시간이 아깝다. 내 아까운 주말 시간 ㅠㅠ 그 시간에 맛집 포스팅을 찾았어도 몇개를 더 찾았을 거 같음
그리고 이걸로서 여전히 내 기억 속 드라마 배경 제주도는 삼순이가 최고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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